소개문
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벨리사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꼈다.
그 손길이 너무도 익숙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.
손길에 담긴 다정함이나 걱정, 그리고 애정까지.
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.
게다가 손길이 이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장미 향기는 벨리사에게 잊을 수 없는 향기이기도 했다.
‘켄드릭?’
벨리사가 무의식중에 켄드릭을 떠올렸다.
의문형이었지만,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.
켄드릭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그녀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.
하지만 이번 생에서 켄드릭이 자신에게 이리 다정하게 대해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, 그녀는 지금 이 모든 게 꿈이라고 판단했다.
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
‘꿈이라도 좋아. 아니,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아.’
꿈에서나마 켄드릭의 다정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면, 그녀는 영원히 잠들어도 상관이 없었다.
머리를 쓸어 넘기던 손길이 멎었다.
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곧이어 그 손길이 그녀의 뺨을 감쌌다.
벨리사는 따뜻한 손에 뺨을 비볐다.
그러자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륵,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.
너무도 달콤한 꿈이었다.